2024. 2. 18. 18:36ㆍ패션 탐색
과거 19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최근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유행하며 폭풍 성장하고 있다.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와 함께 '3마'로 불리며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 브랜드의 시작점 : 이유, 계기, 영감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1972년 프랑스 부부 디자이너인 마리떼 바슐르히와 프랑수아 저버에 의해 설립됐다. 브랜드명은 두 창업자의 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이들은 유럽의 첫 데님 전문 스토어 (Western House)에서 점원으로서 처음 만났고, 둘의 아이디어인 진과 재킷을 페이딩(왁싱)한 제품이 대박났다. 이 후 웨스턴 하우스 오너의 도움으로 1968년 'CA...'(저버의 전신)를 오픈하게 된다. 거리 패션에 영감을 받아 데님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던 중, 파리에 오픈 한 스토어 '루 드 투르 비고'의 이름이 다른 브랜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고 패소하게 된다. 그렇게 브랜드 이름은 CA... 에서 마리떼 프랑스와 버저로 바뀌게 된다.
이들은 스톤워싱·배기진·엔지니어드진 등 다양한 청바지 종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1990년 처음 들어왔으며, 1990~1994년 MBC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배우 장동건이 입고 나와 이른바 ‘장동건 청바지’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1020세대 사이에서 가장 입고 싶은 청바지 브랜드가 됐고 한때 연매출 8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다양한 청바지 브랜드들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트루릴리젼·스톰·리바이스·에비수·허드슨진 등 경쟁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잊힌 브랜드가 됐다. 이후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2012년 6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2. 브랜드의 오리진(origin) : 물리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레이어' 신찬호 대표는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로 스트리트 컬처에 빠져 있던, 2005년 당시 22세의 신 대표는 1세대 로컬 스트리트 캐주얼 ‘라이풀’을 런칭했다.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는 그는 지인들을 통해 일러스트, 영상 제작 등을 직접 배우며 첫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후 2010년 레이어를 설립하고, ‘라이풀’을 중심으로 한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다. 2015년 ‘LMC’, 2016년 ‘칸코’, 2019년 ‘퍼즈’가 그렇게 탄생했다. 2019년에는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으며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이때 레이어의 연간 매출은 약 180억 원이었다.
신 대표는 당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던 대명화학의 ‘마리떼’ 전개를 맡겠다고 나섰다. 불모지였던 국내 스트리트 패션 시장에 ‘라이풀’을 런칭했던 추진력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신 대표는 “그동안의 브랜딩 경험으로 볼 때 ‘마리떼’는 충분한 잠재력과 매력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런칭 초반 과거 유명했던 ‘마리떼’의 헤리티지를 복각해 남성 모델 위주로 노출시켰는데, 2019년 첫해 매출이 3억 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브랜드를 운영한다. 라이선스 브랜드가 연간 3억 원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는 “코너에 몰린 심정으로 리브랜딩에 나섰다”고 회상한다. 1년 반 동안 성과가 없어 사업 확장에 고민이었던 회의 시간에 우연히 '저버'가 아닌 ‘마리떼’로 불러보자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다. 약 1년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3. 제품의 기준 및 원칙(principle) :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경험이나 제품의 선정 기준
레이어는 '마리떼'로의 명칭 변경 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의 데님 중심 브랜드를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레이어가 담당해 리브랜딩했다. 특히 디자인을 브랜드가 탄생된 곳인 프랑스와 연결 지어 ‘프렌치 감성’을 살리고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타깃 고객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했다. 패션 시장에서 구매력과 영향력이 높은 여성 고객을 확보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 ‘청바지만 잘하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품 카테고리의 확장을 시도했다. 과거에는 데님 소재의 하의가 주력 상품이었지만 레이어가 판권을 확보한 이후 스웨트 셔츠·후디·니트 등 상의를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됐다. 여기에 키링·볼캡·헤어밴드·에코백 등 액세서리 제품군도 적극 강화하고 있다.
4. 제품의 원료나 소재 또는 제조 방법
레이어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여성복 라인을 강화했다. 상품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을 전부 도맡아 이전보다 캐주얼하고 심플하면서도 프렌치 감성을 담은 브랜드로 발전시켰다. 그 후 2021년 온라인에서 반응이 나오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5. 브랜드 이름(Naming)의 의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프랑스 부부 디자이너인 마리떼 바슐르히와 프랑수아 저버에 의해 설립됐고, 브랜드명은 두 창업자의 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6. 브랜드 심볼 로고 또는 로고의 의미
'레이어'는 브랜드의 모든 것을 바꾸며 바꾸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로고’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1990년대 로고를 그대로 사용한다. 오히려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상의 전 제품에 로고를 크게 적용하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매출 성장을 이끄는 것들은 모두 클래식 로고가 들어간 제품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클래식 로고 티셔츠는 지난해 누적 40만 장이 팔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7.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경험
온라인 여성복 특유의 감성시장을 겨냥했던 리브랜딩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성고객을 우선적으로 선점하기 위한 브랜딩이 효과적으로 적중한 상황. 차정원 등 결이 맞는 모델선정부터 프렌치 감성을 입힌 브랜딩 전략이 부스터 역할을 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클래식 그래픽 로고티를 입은 고객들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면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늘어났다.
온라인에서는 마케팅에 주력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젊은 고객들이 자주 찾는 곳을 선점했다.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2021년 2월 더현대 서울 오픈에 맞춰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오픈 초기에는 인지도 부족으로 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다음 달 8000만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면서 더현대 서울에서의 월평균 매출은 5억원으로 늘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레이어는 공격적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기 시작했다. 1년간 15개 매장을 열었고 2021년 11월 한남동에서 첫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했다. ‘마리떼 한남’이다. 한남동은 패션 비즈니스의 성지이자 패션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많은 곳이다. 둘째 플래그십 매장은 지난해 9월 홍대에 열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플래그십 매장의 위치 선정에 대해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식 매장이 아니더라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8월 초 성수동에서 첫 오프라인 세일인 ‘마리떼 마켓’을 진행, 3일간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시에 백화점 입점 매장도 늘렸다. 더현대 서울 이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목동점, 롯데백화점 동탄점·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대구점 등을 연이어 오픈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8. 브랜드의 페르소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셀러브리티·인플루언서 등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협업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타겟 고객인 2030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 모델도 젊은층에서 인기 있는 여배우만 기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배우 차정원 씨를 활용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배우 고윤정 씨를 기용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주연으로 출연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이 인기를 얻으며 고윤정 씨는 대세 배우가 됐다”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브랜드와 함께 동반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1년 11월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제니가 입은 제품은 전면에 로고가 크게 들어간 3만원대 티셔츠다. 이후 제니는 공항 패션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야구점퍼·비니 등을 착용한 것도 브랜드 인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9. 브랜드의 목표, 지향점, 미션, 비전
10대부터 40대까지 고객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확장성을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컨텐츠를 보유한 브랜드로 컬처와 헤리티지가 살아있는 로얄티 있는 브랜드로 키워낼 전략을 갖고 있으며, 쿨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 오리진을 잘 살릴 수 있는 모델 선정과 극대화된 브랜드 노출 효과를 위한 꾸준한 협업 등을 통해 지속적인 리프레시를 시도할 계획이다. 성장 곡선을 완만하게 그려갈 수 있는 롱런 브랜드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만의 저력을 보일 것이다.
10. 브랜드의 현재
2018년부터 상표권을 확보해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전개하고 있는 ㈜레이어가 브랜드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클레비(대표 이진미)가 새롭게 한국 내 전용사용권에 대한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레비는 23년 10월 20일 서울 강남 섬유센터빌딩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 12일 프랑스 현지에서 ‘프랑소와저버’ 본사 우즈벅홀딩스인캐피탈(대표 올리비에 바슐리히, 이하 우즈벅홀딩스)과 ‘마리떼 바슐르히’와 ‘프랑소와저버’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브랜드를 직접 전개하고 있는 ㈜레이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레이어 측은 ㈜클레비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은 내용이고, 회사가 정상적으로 계약해 이상없이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5일 ㈜레이어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창업자 중 한 명인 ‘프랑소와 저버’를 한국에 초청해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매장을 투어하는 일정을 가졌다.
㈜클레비에 따르면 ‘마리떼 바슐르히’와 ‘프랑소와저버’ 두 사람은 부부 사이면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창업한 당사자들이고, ‘올리비에 바슐리히’는 ‘마리떼 바슐르히’의 아들로 우즈벅홀딩스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클레비 관계자는 이날 기자 회견 시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올해 3월 12일 이후로 한국 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독점 사용 권리를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즈벅홀딩스와 기존 라이선시 회사(모던웍스 OR 레이어 등)는 최종 계약이 종료됐고, 새롭게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브랜드의 한국 시장 내 독점 전개 계약을 ㈜클레비가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존 라이센스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은 이유는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어는 ㈜클레비의 상표권 주장에 대해 이번 ‘프랑소와 저버’ 방문 시에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한국 내 브랜드 전개권이 ㈜레이어에 있고,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프랑소와 저버’가 직접 서명한 서류를 통해 재차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서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서류는 비빌유지조항이 있어 공개할 수 없지만 서명란에는 ‘마리떼 마리떼 바슐르히’와 ‘프랑소와저버’, ‘올리비에 바슐리히’ 그리고 ㈜레이어 신찬호 대표까지 4명이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련의 일들에 대해 ㈜레이어는 외부의 어떤 소문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회사는 계획한 대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패션 유통 업계, 고객들과 함께하는 브랜드로 계속해서 성장시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 참고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90년대 ‘엄빠 옷’ 다시 유행 - 매일경제 (mk.co.kr)
마리떼, 플래그십 오픈 VS 계약서 공개 `점입가경` (fashionbiz.co.kr)
힙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X세대 브랜드였다니케이스스터디 │ 매거진한경 (hankyung.com)
[파워 인터뷰] 레이어 신찬호 대표 - ‘마리떼프랑소와 저버’, 트렌드 넘어 컬처와 헤리티지 담는다 - 한국섬유신문 (k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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