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6. 23:56ㆍ책과 사색
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웹툰 '노네임드', '꿈의 기업', 소설 '꿈'을 감명깊게 읽었고, 한 때 자각몽을 꾸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지만, 가위를 이겨내지 못해 늘 다음까지는 못 가 보았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지금의 클라우드와 같은 개념을 도입했는데 '달러구트 꿈백화점' 작가는 사람들이 잠들면 방문 할 수 있는 꿈 백화점을 세웠다. 그 곳에서는 아는 사람들끼리 (죽은 사람일수도 있고) 만날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런 얘기는 없었다. 다만 죽은이가 그를 그리워하는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자 하는 신파적인 에피소드는 역시나 책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달러구트의 조상은 시간의 신의 제자 중 셋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사랑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시간입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굳이 잠들었던 시간까지 포함하여 떠올리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이 잠들 시간을 고대하지 않으며, 하물며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가 깊이 잠들어있음을 채 깨닫지 못하는데, 부족한 제가 어찌 이 딱한 시간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첫째가 미래만 생각하느라 몽땅 잊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은 그 양이 어찌나 많았던지 그들이 사는 따에 안개처럼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빽빽한 안개 속에서 친구와 가족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사라지자 그들은 무엇을 위해 미래를 꿈꿔 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먼 미래는 커녕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두 번째 제자 쪽 상황도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좋았던 기억에만 갇혀 세월의 흐름과 예정된 이별, 그리고 서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마음 여린 그들의 눈물이 쉴 새 없이 땅 밑으로 흘러 커다란 동굴을 만들어냈고, 심약한 그들은 동굴 속에 꼬꼭 숨어버렸습니다.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예지몽,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
예지몽, 자각몽, 죽은 사람과의 연결고리 등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주 조금씩만 언급하며, 파울로 코엘료처럼 가슴 따뜻하게 현재의 나를 응원하는 동화이다.
'책과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_손웅정 (0) | 2024.01.16 |
---|---|
늦기 전에 공부정서를 키워야 합니다_김선호 (0) | 2024.01.15 |
숲과 별이 만날 때_글렌디 벤더라 (0) | 2021.02.21 |
우리가 빛의 속도록 갈 수 없다면_김초엽 (0) | 2020.09.21 |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_주홍식 (0) | 2020.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