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6. 14:11ㆍ패션 탐색
2019년 LF의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출발해 2년 만에 독립법인 ‘씨티닷츠’로 출범한 던스트는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미세하게 다른 디테일, 질리지 않는 디자인, 스타일리시한 핏’을 강점으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며 - 론칭 이후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약 4년 만에 1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5년만인 2023년에는 매출 4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던스트는 런칭 5년 차를 맞는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삼고 마케팅에서도 박차를 가해왔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를 브랜드의 첫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던스트의 시대를 초월한 컬렉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지수의 특별한 매력을 결합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차별화된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목표다.
1. 브랜드의 시작점 : 이유, 계기, 영감
2018년 당시 LF 패션리서치&컨설팅실 소속 유재혁 과장은 LF 경영진 앞에서 각 브랜드 사업부의 시즌 트렌드와 신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며 서 있었다. 그는 LF의 신사업 전략으로 ‘2030 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5~2017년은 스트릿패션 붐과 함께 디스이즈네버댓, LMC, 커버낫, 앤더슨벨 등 국내 온라인 브랜드가 성장 중이었다. 하지만 패션 대기업이 스트리트 브랜드를 출시해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그는 “LF도 이러한 종류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오규식 부회장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마땅한 적임자는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오 부회장은 유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자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2018년 늦은 봄, 그렇게 유재혁 과장은 새로운 스트릿 브랜드의 수장으로 브랜드 런칭의 선봉에 섰다.
2. 브랜드의 오리진(origin) : 물리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던스트 런칭을 앞둔 2019년에는 지난 수년간 메가 트렌드였던 스트릿 패션도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이에 던스트는 칼라와 그래픽에 중점을 두는 기존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나치게 튀지는 않으면서 미세하게 다른 디테일, 질리지 않는 디자인, 힙한 분위기의 색감과 스타일리시한 핏을 강점으로 폭넓은 범위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고자 한 것이다.
유 대표는 “기존의 메가 브랜드팀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브랜드명부터 디자인·기획·생산·영업·마케팅 등 모든 의사결정이 LF 임원과 대표의 결재 없이 이뤄졌다.
유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인재 영입이었다. 패션·건축·사진·그래픽 등을 전공한 20대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직접 찾아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냈다. 이렇게 모인 던스트팀 10여 명은 주별, 월별로 트렌드를 분석하며 ‘요즘 스무 살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 ‘스타일리시 핏’의 캐주얼이란 콘셉트를 잡고 매 시즌별로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였다.
유통도 LF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LF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W컨셉, 29CM, 무신사 등 20~30대가 모인 온라인 편집숍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나갔다. 또한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인 ‘던스트 스튜디오’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던스트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며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지 약 2년 2개월 만에 새로운 자회사 ‘씨티닷츠’ 독립법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씨티닷츠(CTDOTS)’는 ‘단편적 사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커넥트 더 닷츠(CONNECT THE DOTS)’의 약자로, 정형화되지 않는 21세기 패션 트렌드에서 핵심적인 것들을 종합해 고객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시티닷츠 독립법인으로서 던스트는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및 상여금을 부여하는 이익공유형 회사를 표방하며, 성과에 따른 결실을 공유해 주도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하여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하우스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3. 제품의 기준 및 원칙(principle) :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경험이나 제품의 선정 기준
던스트는 국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쇼핑 경험을 자유자재로 연결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강화해왔다.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하며 온라인몰 위주의 입점 전략으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브랜드 던스트는 다양한 고객층과의 접점 확대 차원에서 수도권과 주요 지방 거점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하반기 연달아 진행했다. 23FW 컬렉션 론칭 이후 9월 더현대서울, 10월 더현대대구 등 매달 팝업스토어를 열어 일 최고 1000여명 방문객 기록, 오픈 4시간 전부터 백화점 앞 오픈런 행렬 등 뜨거운 현장 반응을 모았다.
던스트가 이러한 채널 믹스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다변화된 MZ 고객들의 쇼핑 패턴을 반영한 데에 있다. 던스트 관계자는 “요즘 2030대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 환경에 익숙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브랜드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변화무쌍한 형태의 소비자”라며 “이러한 고객들의 다채로운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수도권 외에 지방 주요 거점 고객들과도 골고루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던스트의 O4O 전략은 온·오프라인 연계 시너지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팝업 진행 이후 약 2주간 온라인 매출과 구매자 수는 팝업 직전 대비 약 30% 증가했고 공식 홈페이지 가입자 수도 늘어났다.
4. 제품의 원료나 소재 또는 제조 방법
유 대표는 던스트의 성공 비결에 대해 “패션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시시각각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단순한 공식이 의외로 LF 같은 패션 대기업에선 어려웠다. 그는 “대기업은 결재 라인이 많아 시작하려면 이미 트렌드가 끝나 있을 때가 많다”며 “또 헤지스·닥스처럼 기존에 성공한 브랜드가 있다 보니 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이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형화가 된 옷을 만들고 싶지 않아 던스트 브랜드명도 고대 유럽어로 ‘형체가 없는’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유 대표는 던스트를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했고, 유통 마진을 줄여 사회초년생이 살 만한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였다. 코로나19가 터졌지만,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 백화점에서 팔던 기존 브랜드는 매출이 꼬꾸라졌지만 던스트는 론칭 2년 만에 매출이 네 배로 증가했다.
던스트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고수하려는 이유는 역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 시 입점 수수료, 인건비 등 부대 비용이 많이 드는 탓도 있다. 유 대표는 “연 매출 1000억원이 넘어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해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것보다 연 매출 100억을 내도 10~20%씩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 브랜드 이름(Naming)의 의미
유재혁 대표는 LF에서 과장 시절 새 팀을 꾸리며 브랜드 이름을 ‘던스트’로 명명했다. 이는 당시 유대표가 지은 브랜드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며 파리 길거리에 앉아서 쉬고 있던 유 과장은 한 벽에 무심히 써있던 ‘DUNST’라는 낙서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는 시대, 성별, 그리고 특정한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길 희망했다. 사전적 의미로 ‘형체가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가 그 콘셉트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렇게 브랜드 ‘던스트(DUNST)’는 탄생했다.
그 이름처럼 던스트는 젠더의 경계, 포멀 웨어와 캐주얼 웨어의 경계를 넘는 감각적인 컬렉션을 매 시즌 선보이고 있으며,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미세하게 다른 디테일, 질리지 않는 디자인, 스타일리시한 핏’을 강점으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 중이다.
6.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경험
- MZ세대 공감: 던스트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소비 패턴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젠더와 스타일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로운 개성을 표현하는 던스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MZ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 차별화된 디자인: 던스트는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기존의 패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모색했습니다. 과도한 장식이나 복잡한 디자인보다는 편안하고 세련된 실루엣과 감각적인 디테일에 집중하며 MZ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았습니다.
- 합리적인 가격: 던스트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 마진을 절감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 던스트는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라는 특성을 살려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채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 긍정적인 소비자 경험: 던스트는 온라인 스토어,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 서비스에도 힘쓰고 있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7. 브랜드의 목표, 지향점, 미션, 비전
유재혁 대표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한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시그니처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두터운 팬덤층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을 꾀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24 Pre-Fall 시즌 컬렉션을 시작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 K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 브랜드의 현재
24년 12월 현대 유럽·아시아·북미 등 20개국, 70여 곳의 해외 업체들이 바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은 캐나다 ‘에센스’, 이탈리아 ‘루이자 비아 로마’, 백화점은 밀라노 ‘리나센테’, 홍콩 ‘레인 크로포드’, 프랑스 ‘쁘렝땅’ 등이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400억 원을 돌파, 올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한 178억 원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상해에 직진출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달 티몰, 샤오홍슈샵, 도우인샵 등 주요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했고, 라이브 전용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향후 중국 인기 배우와의 앰배서더 계약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중국 외 지역의 홀세일 거래선도 늘어나고 있다. 추동 시즌 영국 백화점 ‘버그도르프 굿맨’, 플랫폼 ‘엔드 클로딩’, 카자흐스탄 백화점 ‘삭스 알마티’ 등에 입점했고, ‘쁘렝땅’과 ‘리나센테’는 팝업스토어 오픈을 검토 중이다.
‘던스트’ 관계자는 “내년 봄 상품 오더는 올해 대비 50% 늘어났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가죽·트위드 재킷 등 아우터의 인기가 높은데, ‘던스트’만의 미니멀한 디자인이 인기다. 모바일 앱도 런칭해 주 타깃인 20~30대 고객들과의 온라인 접점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 참고
패션업계 벤처 브랜드 신화 '던스트' 중국 비즈니스 본격화 - 머니투데이
패션비즈 | 론칭대비 10배 성장 '던스트' O4O 전략 강화
당신이 다시 알아야 할, '던스트' 브랜드 코멘터리 -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 29CM
[ER궁금증] 패션브랜드 ‘던스트’, 이렇게 탄생했다 < 경제 < 경제·국제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형체 없는 LF '던스트'의 '왔다 사라지는' O4O 전략...떠오르는 패션 브랜드 공식 될까
SNS서 날고 긴다는 10명 모았다, MZ사로잡은 던스트 비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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